" 소네트의 이런 위로하는 힘은 2년 전, 여든여덟인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 때문에 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아버지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일 주일 만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던 시력에서 시력검사표 맨 윗줄의 큰 글자도 읽지 못하는 시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플로리다 서해안에 살았는데,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마이애미의 배스콤 파머 안과 연구소로 갔다. 그곳에서 아버지는 망막 괴사 진단을 받았다. 기가 막히게도 그 원인이 80년 이상 잠복해 있던 수두라고 했다. 시력을 회복할 가능성은 적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날 밤을 아버지 병실의 간이침대에서 보냈다. 우리는 아버지가 평생 겪었던 즐거운 일과 실망스러운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정이 좀 넘었을 때인가,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감상적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읽거나 쓰지 못한다면 나는 끝난 것이라고 봐도 좋다.' 아버지는 한 번도 현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편집자이자 비평가로서 일 주일에 60시간씩 일을 하고 있었다. 


'밀턴도 실명한 다음에 <실낙원>을 썼잖아요.' 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말했다. 

'그랬지. 그리고 그 유명한 소네트도 썼지.'

'<나의 실명에 대해서> 말씀이죠.' 내가 대꾸했다. 나는 그 소네트를 나의 첫 소네트를 쓰던 열세 살 때 읽었다. 

'[이 캄캄하고 넓은 세상에서 반생이 끝나기도 전에] - 그 다음에 어떻게 되더라? 빛 이야기가 나오던가?'


어둠 속에서 우리는 14행 가운데 6행 반을 더듬어 찾아낼 수 있었다. '뉴욕에 돌아가거든 만사 제치고 그 소네트부터 찾아서 전화로 읽어다오.'


당시에는 아버지가 다음 한 해 동안 녹음된 책을 이용하고, 메모 없이 강연하는 등 전에는 있는지도 몰랐던 내적 자원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게 되리라는 것을 알 도리가 없었다. 간단히 말해서 아버지는 자신이 들어가게 된 수녀원의 비좁은 방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좁기는 했지만, 예상보다는 상당히 넓다는 것을 발견해 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모두 먼 미래의 일이었고, 그날 밤 마이애미에서는 밀턴의 소네트가 계기가 되어 아버지의 그 불굴의 지적 호기심이 처음으로 희미하게 반짝거리기 시작했는데, 결국 이 지적 호기심이 아버지에게는 구원의 은총이 되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병원으로 전화를 걸어 아버지에게 그 소네트를 읽어 드렸다.


[이 캄캄하고 넓은 세상에서 반생이 끝나기도 전에

내 빛이 꺼져 버린 것을 생각하며,

또 감추어 두면 죽음이 될 한 달란트,

창조주가 돌아와 꾸짖지 않으시도록

그것으로 그 분을 섬겨 내 참 계산서를 제출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쓸모없이 내게 묵어 있는 한 달란트를 생각하며

나는 어리석게도 묻는다.

'하느님은 빛을 허락치 않고도 낮일을 하라 하실까?'

그러나 그 물음이 입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인내가 대답한다.

'하느님에게는 인간의 일이나 재능이 필요없다.

부드러운 멍에를 가장 잘 견디는 자, 그가 그 분을 잘 섬기는 것이니

그의 위엄은 왕과 같다. 수천의 천사들이 그의 명령에

육지나 바다를 건너 쉴새없이 쏜살같이 달린다.

오직 참고 기다리는 자, 그 역시 하느님을 섬기는 것.']


'그렇지, 그렇지.' 평소 비관적이고 비종교적이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어떻게 내가 그걸 잊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