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은 우리가 넘겨주는 사물을 우리 시야 밖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이 갖고 있는 어둠 속에서 잠을 재운다. 서랍을 다시 열기 전에는 그 잠든 사물을 깨울 수 없고 다른 상태로 변화시킬 수 없다. 세계를 변화시키는 우리들의 '일'은 서랍이 닫히면서 유보된다. 그 속에서 시간은 수백 년씩 멈추기도 한다. 서랍과 상자들의 신비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매일 우리가 여닫는 책상 서랍이든, 수천 년 만에 개봉되는 왕들의 무덤이든, 모든 상자는 단절도니 두 개의 시점 사이를 이어주는 다리이며 타임머신인 것이다. 거기에는 시간을 가로질러 놓은 어둠의 터널이 있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다른 하나의 세계가 들어있다.

- <책상과 서랍> 중에서


책상은 우리의 몸과 정신을 분리한다. 책상에서 일하는 사람은 이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Thinking through knee, 무릎으로 생각하기>


...테이블이 이렇게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평범한 사물이면서 사람의 삶에서 본질적인 활동들과 관계되기 때문일 것이다. 일을 하고 음식을 먹는 것, 생각하고 타인과 만나고 세계에 개입하고 다른 세계를 꿈꾸는 것과 같은 인간 활동은 대부분 이것들 앞에서, 이들을 매개로 하여 이루어진다. 빌렘 플루서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외부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려면 테이블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세계와 만나는 작업대이다. ...

- <테이블을 주제로 작은 책을 만들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