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니 하늘은 맑게 개고, 아들도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제가 이런 말을 하고, 아울러 생각했다는 데서 끝이 납니다.


이요는 꿈을 꾸지 않지만, 꿈을 꾸는 인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녀석이 나이를 먹고, 이윽고 어느 날 꿈을 꾸게 된다면, 꿈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해. 그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어......나는 이요가 맨 처음 꾸는 꿈이 아마도 괴로운 꿈일 것이며, 그때는 이미 내가 죽은 뒤라 이요 옆에 있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요는 꿈을 꾸는 그 자신을 향해,

괜찮아요, 괜찮아요! 꿈이니까, 라고 말할 수는 있다. 내가 가슴 아파할 이유가 무엇인가. 이요는 자기 자신을 향해 거듭 말하리라. 꿈을 꾸고 있는 거니까! 아무것도, 전혀, 두려울 것 없습니다! 꿈이니까!


윌리엄 블레이크라는 시인의 시를 쭉 읽어오면서, 제 인생의 문제, 그것도 몇 년 동안이나 이어져 온 중요한 문제를 소설로 쓰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소설을 쓰면서 문제점을 해결해왔습니다."


-p.109-110



"...나뭇가지에서 싹이 나는 계절, 작은 가지가 돋아나기 직전에 무화과나무를 보면, 아주 약간 부풀어 있고 부푼 부분을 눌러보면 부드럽다고 합니다. 식물이 새로 잎을 낼 때에는 딱딱한 나무 살결이 부드러워지고, 조금 부풀어 오릅니다.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육체도, 영혼도, 거기서 뭔가 새로운 것이 싹트려 할 땐 약간 부풀어 오르면서 부드러워지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새로 움트는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고 플라톤은 말합니다.


지금이야말로 내 안에 무언가 새로운 것이 움트려 하면서,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지금 완전히 새로운, 따라서 대단히 위험할 수도 있을 일을 하고자 한다. 그때 마침 자네에게 편지를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기 형의 이 편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소설을 시작했습니다."


-p.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