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적' 또는 '쓸모가 있다'는 표현은 종종 새로운 디자인과 다름없이 여겨진다. 이는 얼핏 디자인이 단지 순수한 쓰임새에 대한 요구만 충족시키면 되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작 눈에 보이는 것 이면에 숨겨진 커다란 정신적인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은데, 디자인의 정신적인 목표는 오늘날 그 중요함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순수한 공리주의와 새로운 디자인은 많은 공통점이 있음에도 서로 달리 봐야한다. 목적에 맞게 하는 것,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디자인 작업의 필수 전제 조건임은 틀림없으나, 우리가 원래 지녀야 할 단 하나뿐인 목표는 아니다. 작업물이 지닌 참된 가치는 바로 그 작업물이 이루고자 하는 정신적인 목표에 있다. 새로운 디자인의 정신적인 목표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이다. 이 새로운 아름다움은 예전 디자인과 비교했을 때 물질소재(Stoffliche)와 더 가까운 관계가 있지만, 그것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물질 소재와의 관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다. 물질 재료들과 그 상태로부터 비롯한 영향력의 흐름은 사람에게 가치 있는 '쓸모 있는' 작업물을 만들고, 나아가 그 작업물을 예술 작품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