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 자동차는 말을 잘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달리기도 한단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어차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니까 상관 없잖니. 어떻게 될지 우리 한번 기다려 보자."


소피헨은 잠시 동안 침묵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킥킥 댔다. 꽃무늬 부인도 전염된 듯이 같이 웃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웃는 거니?"


꽃무늬 부인이 눈물을 닦아 내며 물었다.

소피헨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계속 킥킥거리며 말을 꺼냈다.


"생각해 보니 이 모든 일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웃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우리는 지금 어디로가고 있는지도 모르는 자동차 안에 앉아 있어요. 그리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동굴에가려고 하구요. 무엇을 보여 주는지 알 수 없는 망원경으로 우연히 그 현관문을 보았을 뿐인데, 그 현관문이 아직도 그 곳에 움직이지 않고 있을지 아니면 없을지도 모르는데 찾고 있잖아요."

"그렇구나."


꽃무늬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인생이란 그런 거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하게 되는 거란다."

"제 마음에 꼭 드는 말이에요."


소피헨이 꽃무늬 부인의 말에 동의했다.


"나도 그렇단다. 그렇기는 해도 솔직히 말해서 가끔은 좀 감당하기 벅찰 때도 있단다. 원래 나는 모든 일에 질서가 잘 잡혀 있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 그 현관문의 다른 쪽에 있는 너희들이 사는 세상에서처럼 말이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가 있고 이름도 있어. 게다가 집에 번지수까지 있다는 건 멋진 일임에 틀림없을 거야."


꽃무늬 부인이 소피헨의 무릎에 있는 책가방을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고 만일 사람들이 자신이 언제 어디에 있을지 그리고 누가 무엇을 하게 될지 따위를  미리 알고 있다면 걱정하게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거야. 내 생각은 그렇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