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9
...암튼 그것을 위해 내놓은 게, '마이스MICE' 산업 육성이었어요. 즉 외부 사람들이 대전에 와서 편안하게 즐기다가 갈 수 있는 도시, 휴양의 도시, 관광의 도시, 편리적인 소비의 도시를 만들어 주자는 거였습니다. 그걸로 대전을 부자로 만들자는 것이었는데, 저는 그 얘길 듣는 순간 "모든 대전 시민을 도시의 주인이 아닌 종업원으로 만들자."는 건가 싶어 치가 떨렸어요. 과민한 반응이었는지 모르지만, 왜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분들은 부자가 아니더라도 자존감 있는 주인으로 살게 두지 않고, 늘 상대적 박탈감에 전전긍긍하는 노예로 만들려는지 모르겠어요.
p.62 - p.63
내가 감동을 느끼는 대상은 적막함과 쓸쓸함만이 느껴지는, 그리하여 절해고도에 유배된 한 선비의 고독과 의리가 짙게 배어나는 문인화가 아니라, 내가 걸어 일터로 향하고, 다시 그 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나는 작고 허름한 벽돌집과 그 집 앞에 심겨진 흔하디흔한 은행나무이다. 왜 우리는 우리의 경험하지 못한, 학습된 기억과 정서를 고상한 것이라 여기며, 일상의 소소한 정겨움과 그 풍경들은 존중하지 않는가. 가끔은 저리 벅찬 내 눈 앞의 아름다움들에 대해서도.., 그리하여 내 것이 아닌 아주 먼먼 것들에 대해서는 소중하다 말하면서, 내 앞에 조금이라도 낡고 오래된 것들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가. 나는 그런 이율배반적 정서와 태도들에 대해 감히 이런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촌스럽다.' 정말 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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