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로서의 조건을 충족시키는 유형의 토끼는 제 발로 투항하지 않고, 굴 속에 처박히거나 숲 밖으로 나가서 사냥꾼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숨고 다시 나타나며, 다시 시야 밖으로 사라지기를 반복하는데 그 이동의 경로를 예측할 수 없다. 그들의 은신처는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들이고 그 도주로는 사냥꾼의 예상을 매번 빗나간다. 이 예측 불허의 탁월한 도주자만이 사냥이라는 게임을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p.240-241


"글쓰기도 이와 다르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앞에 내놓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란 혼자서 저만치 달아나다가 독자의 시야 바깥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 되어서도 안 되고, 반대로 독자가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그 전모가 파악되는 구구단 같은 것이어서도 안 된다."

-p.242